사람들은 시계가 없던 시대에 시간을 어떻게 알았을까? 시계의 역사


 

지금은 휴대전화 화면만 켜도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약속 시간이 오후 3시 10분이라면 누구나 거의 같은 순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시계가 없던 시대에는 ‘몇 시 몇 분’이라는 방식으로 하루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옛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해가 뜨고 지는 위치,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 일정하게 떨어지는 물이나 타는 물질처럼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하루의 흐름을 가늠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계의 역사가 단순히 더 정확한 기계를 만드는 과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시간을 짐작하던 시대에서 시간을 숫자로 나누고, 다시 누구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시대로 변화한 과정이기도 하다.

해와 그림자는 가장 오래된 시간의 기준이었다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았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물체의 그림자도 방향과 길이가 달라진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도구가 해시계다.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여러 고대 문명에서 태양과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구분한 흔적이 발견된다. 막대나 기둥처럼 그림자를 만드는 부분을 세우고,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위치를 관찰하면 하루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해시계의 장점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데 있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태양 자체가 시간 측정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었다. 밤에는 사용할 수 없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그림자를 관찰하기 어렵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태양의 움직임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지역에 맞는 설계도 필요했다.

결국 사람들은 태양을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시간을 측정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물의 흐름으로 밤에도 시간을 재다

해시계의 약점을 보완했던 오래된 시간 측정 도구 가운데 하나가 물시계다. 일정한 속도로 물이 흘러 들어가거나 빠져나가는 정도를 이용해 시간의 경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물시계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었다. 단순한 그릇에서 시작해 시간이 흐르면서 물의 흐름과 장치를 결합한 더욱 복잡한 형태도 만들어졌다.

우리 역사에서도 물을 이용한 시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 세종 때 장영실 등이 제작한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가 대표적이다. 1434년에 만들어진 자격루는 물의 흐름을 이용하면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장치가 작동해 소리로 시각을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점은 꽤 중요한 변화였다. 사람이 계속 물의 높이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장치가 정해진 시각을 알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물시계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고 장치를 관리할 필요도 있었다. 시간을 더욱 안정적으로 측정하려면 물이나 태양과 다른 방식으로 일정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필요했다.

기계식 시계는 시간을 숫자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13세기 말에서 14세기 무렵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 기계식 시계는 오늘날 손목시계처럼 작고 정밀한 물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탑이나 큰 건물에 설치되는 대형 장치였다.

이러한 시계에서는 추나 톱니바퀴 같은 기계 장치의 움직임을 조절해 시간을 측정했다. 초기에는 문자판이나 시곗바늘 없이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시계도 있었다.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종소리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같은 시각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계에는 문자판과 시곗바늘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기계 장치도 점차 정교해졌다. 17세기에는 진자의 규칙적인 운동을 이용한 시계가 등장하면서 기계식 시계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1656년에 설계한 진자시계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태엽을 이용한 소형 시계가 발전하면서 시계는 탑이나 공공건물에만 있는 장치에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점차 변해갔다. 회중시계를 거쳐 손목시계가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자신의 몸 가까이에 두고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은 시계가 발명되면서 생긴 것일까?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이 개념은 현대 시계와 함께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낮과 밤을 각각 일정한 구간으로 나누는 시간 체계를 사용했다. 이후 이러한 시간 구분의 전통과 고대의 천문학적 계산 방식 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지면서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다만 옛날의 ‘시간’이 오늘날의 60분과 항상 같은 길이였던 것은 아니다. 낮과 밤을 각각 12부분으로 나누는 방식에서는 계절에 따라 낮의 길이가 달라지므로 낮의 한 시간 길이도 달라질 수 있었다.

기계식 시계가 발달하면서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반복해서 측정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여기에 철도와 통신이 발달한 19세기에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던 시간을 맞춰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먼 지역을 연결하는 열차 시간표와 전신 통신에서는 서로 다른 지역이 공통된 시간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원자의 일정한 물리적 변화를 이용하는 원자시계가 매우 정밀한 시간의 기준을 제공한다.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표시되는 시간 역시 거대한 현대 시간 체계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우리가 화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확인하는 ‘오전 9시 정각’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시간을 측정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

시계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시간을 측정했다. 처음에는 태양과 그림자를 바라봤고, 물이 흐르는 양을 이용했으며, 이후에는 톱니바퀴와 추, 진자와 태엽 같은 장치를 활용했다.

시계가 발전하면서 달라진 것은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시간을 개인이 짐작하는 것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기준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해시계 앞에서는 하늘을 봐야 했고, 물시계에서는 흐르는 물을 살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목이나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한다. 겉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눈에 보이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래전 시계부터 현대의 디지털 시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음에 시계를 볼 때 시곗바늘이나 화면 속 숫자를 잠깐 살펴보면 평범한 생활 도구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작은 숫자 하나 뒤에는 해와 그림자에서 시작해 원자시계까지 이어진 긴 시간 측정의 역사가 담겨 있다.

FAQ

Q. 최초의 시계는 해시계인가요?

무엇을 ‘최초의 시계’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해와 그림자를 이용한 장치뿐 아니라 물의 흐름을 이용한 시간 측정법도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특정 물건 하나를 모든 시계의 최초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문명에서 자연현상을 이용한 시간 측정 방법이 발전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Q. 물시계는 밤에도 사용할 수 있었나요?

네. 태양의 그림자가 필요한 해시계와 달리 물시계는 물의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밤이나 실내에서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사용하려면 물의 흐름과 장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했습니다.

Q.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방식은 기계식 시계 때문에 생겼나요?

아닙니다. 하루를 24부분으로 구분하는 전통은 기계식 시계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시간 구분 방식 등이 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후 기계식 시계가 발전하면서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 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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