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는 왜 가운데가 잘록할까? 모래로 시간을 재던 방법

 



모래시계는 시간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나 게임에서는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때 모래시계가 사용되고, 컴퓨터에서도 한때 작업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로 모래시계 모양의 아이콘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구조도 간단해 보인다.

투명한 두 용기가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위쪽에 있던 모래가 아래쪽으로 모두 떨어지면 일정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해시계처럼 태양의 위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현대 시계처럼 숫자가 계속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모래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모래시계는 대부분 가운데가 유난히 잘록한 모양을 하고 있을까?

모래시계의 핵심은 정확한 ‘현재 시각’을 표시하는 것보다 미리 정해진 시간 간격을 반복해서 측정하는 것에 있었다.

모래시계의 핵심은 좁은 통로에 있다

모래시계를 자세히 보면 위아래의 넓은 공간보다 가운데의 좁은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쪽 용기의 모래가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지면 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일정한 양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이동해야 반복적인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두 용기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알갱이가 이 좁은 통로를 통과해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일정한 크기와 성질을 가진 알갱이가 적절하게 설계된 구멍을 통과하도록 만들면 전체 내용물이 이동하는 시간을 일정한 범위에서 반복할 수 있다.

모래시계를 제작할 때는 내부에 넣는 재료도 중요했다.

흔히 모두 ‘모래’라고 부르지만 실제 역사 속 모래시계에는 매우 고운 모래뿐 아니라 잘게 간 재료 등이 사용된 사례도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알갱이가 쉽게 뭉치지 않고 좁은 구멍을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습기가 많아 내용물이 서로 달라붙으면 흐름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결국 모래시계의 단순한 외형 뒤에는 알갱이의 상태, 양, 통로의 크기, 용기의 구조가 함께 작용한다.

가운데가 잘록한 것은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내용물의 이동을 제한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만들어내기 위한 핵심 구조인 셈이다.

물시계와 비슷해 보여도 사용하는 방식은 달랐다

앞선 2편에서 살펴본 물시계와 모래시계는 얼핏 비슷하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물질이 이동하고, 그 변화로 시간을 측정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물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추운 환경에서는 얼 수 있고, 장치를 오랫동안 사용하려면 물이 흐르는 통로와 용기를 관리해야 한다.

또 물이 새거나 증발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모래시계는 밀폐된 구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동해서 사용하기에 비교적 편리한 장점이 있었다. 뒤집으면 같은 시간 간격을 다시 측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해시계는 그림자의 위치를 보고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알아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정교한 물시계 역시 시각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로 발전했다.

반면 일반적인 모래시계는 숫자판을 보며 “현재 오후 3시 20분이다”라고 확인하는 도구와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모래가 모두 내려가는 데 약 30분이 걸리는 모래시계가 있다면, 이것을 뒤집은 순간부터 일정한 시간 간격을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

즉 모래시계는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라기보다 타이머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이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몰라도 어떤 작업을 시작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났는지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모래시계는 이런 상황에서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었다.

모래시계는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모래시계는 아주 오래된 도구처럼 보이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에서도 흔히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물시계와 해시계는 고대 문명에서 사용된 자료와 유물이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되지만, 모래시계의 정확한 최초 발명 시기와 장소는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남아 있는 확실한 시각 자료 가운데 자주 언급되는 것은 14세기 유럽의 기록이다.

1338년경 이탈리아 화가 암브로조 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가 그린 작품에는 모래시계가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곧 “1338년에 모래시계가 발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 앞서 사용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사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때 중세 후기 유럽에서 모래시계가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이 부분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꽤 중요하다.

오래된 물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 사람의 발명가와 정확한 발명연도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지역에서 형태가 발전한 도구라면 최초를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모래시계 역시 “누가 어느 날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보다 실제 기록에서 언제부터 뚜렷하게 등장하고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더 의미 있다.

바다에서는 시간을 재는 일이 특히 중요했다

모래시계가 유용하게 활용된 공간 가운데 하나로 배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항해에서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반복해서 측정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선원들은 교대로 당직을 서야 했고, 배 위의 생활과 업무 역시 일정한 주기에 맞춰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바다에서는 육지에서 사용하는 일부 시간 측정 방식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해시계는 날씨와 햇빛의 영향을 받고, 물을 이용하는 장치는 움직이는 선박 위에서 사용하기 불편할 수 있다.

밀폐된 모래시계는 이런 환경에서 비교적 실용적인 시간 간격 측정 도구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선박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당직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종과 함께 운용되는 전통도 발전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종을 울려 선원들이 근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래시계는 항해 속도를 추정하는 작업과도 연결됐다.

과거 선박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 가운데 칩 로그(chip log)라는 도구가 있었다.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을 만들고 물에 띄운 물체와 모래시계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줄이 풀려나갔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배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노트(knot)라는 명칭도 이런 매듭을 이용한 측정 방식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이 사례를 보면 모래시계는 단순히 책상 위에 놓고 시간을 바라보는 물건이 아니었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반복해서 측정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실제 항해 업무에서도 활용될 수 있었다.

모래시계는 일상에서도 작은 타이머가 될 수 있었다

모래시계의 활용은 바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 동안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래시계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었다.

종교적인 활동이나 업무, 조리 등 일정한 시간 간격을 확인해야 하는 여러 상황에서 사용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후대에는 몇 분 정도를 측정하는 작은 모래시계도 만들어졌다.

지금도 비슷한 형태를 쉽게 볼 수 있다.

보드게임에서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한하거나, 차를 우려내는 시간을 측정하고, 양치 시간을 알려주는 제품에도 모래시계가 사용된다.

전자식 타이머가 훨씬 정확하고 편리한데도 모래시계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사용법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위쪽에 모래가 남아 있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모두 아래로 내려가면 정해진 시간이 끝난다.

숫자를 읽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해시계나 물시계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스마트폰 타이머에서는 시간이 ‘3분 12초’처럼 숫자로 줄어들지만, 모래시계에서는 시간이 물질이 이동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모래시계가 오늘날에도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래시계가 기계식 시계를 대신하지 못한 이유

그렇다면 모래시계가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했다면 왜 사람들은 더 복잡한 기계식 시계를 만들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모래시계가 알려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0분짜리 모래시계가 있다고 해보자.

한 번 뒤집으면 30분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뒤집으면 또 30분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제때 뒤집지 않으면 연속적인 시간을 관리하기 어렵다.

또 “현재 몇 시인가?”를 알려면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모래시계 자체는 정해진 시간의 길이를 측정할 뿐, 하루 전체의 시각을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일반적인 시계와는 다르다.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알갱이의 상태나 제작 정밀도, 마모와 습기 등 여러 조건이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많은 사람이 공통된 시각에 맞춰 움직여야 할수록 계속 작동하면서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장치가 더욱 필요해졌다.

그리고 중세 유럽의 도시에서는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높은 탑에 설치된 기계식 장치가 일정한 시간이 되면 종을 울려 도시 사람들에게 시각을 알린 것이다.

시간을 재는 도구가 이제 개인이 바라보는 작은 장치에서 도시 전체가 공유하는 공공시설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마무리

모래시계의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두 공간 사이에 좁은 통로를 만들고 작은 알갱이가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한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의미가 작은 도구는 아니다.

해시계가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하고 물시계가 물의 흐름을 이용했다면, 모래시계는 작은 알갱이의 이동을 이용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반복해서 측정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밀폐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뒤집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선박을 비롯한 여러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다.

그리고 모래시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몇 시인가’와 ‘얼마나 지났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이다.

모래시계는 두 번째 질문에 특히 잘 어울리는 도구였다.

하지만 도시가 커지고 사람들의 활동이 복잡해지면서 모두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공통된 시각의 중요성도 커졌다.

다음 4편에서는 시계를 개인이 가지고 다니기 훨씬 전, 도시의 높은 시계탑과 종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었는지, 중세 기계식 공공시계가 사람들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FAQ

Q1. 모래시계 안에는 정말 일반적인 모래만 넣었나요?

항상 우리가 해변에서 보는 모래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모래시계에는 고운 모래를 비롯해 잘게 가공한 여러 재료가 사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알갱이가 뭉치지 않고 좁은 통로를 비교적 일정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Q2. 모래시계는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됐나요?

모래시계의 정확한 최초 발명 시기와 장소는 확실하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해시계와 물시계는 고대의 사용 증거가 잘 알려져 있지만 모래시계의 확실한 자료는 훨씬 뒤의 시기에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특정 고대 문명에서 모래시계가 발명됐다고 단정하는 설명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Q3. 모래시계는 현재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인가요?

일반적인 모래시계는 현재 시각보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측정하는 데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30분짜리 모래시계라면 뒤집은 시점부터 약 30분이 흘렀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현대적인 개념으로 보면 시계보다는 타이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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