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한때 사람들의 밤을 밝혔다고? 고래기름 조명의 역사

 



오늘날 밤을 밝히는 데 고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상당히 이상하게 들린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이 켜지고, 손전등에는 배터리를 넣는다. 고래와 조명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전기 조명이 등장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18~19세기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고래에서 얻은 기름과 물질이 조명용 연료와 양초 재료로 이용됐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당시의 빛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등잔에는 태울 기름이 필요했고 촛불에는 연료가 될 재료가 필요했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밝고 안정적인 불꽃을 만들어 내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 과정에서 바다에 사는 거대한 고래가 인간의 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먼바다까지 나가 고래를 잡으면서까지 그 기름을 사용했던 것일까?

고래기름은 어떻게 등불의 연료가 되었을까?

전등이 없었던 시대에는 다양한 기름이 조명용 연료로 사용됐다.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 등이 그 재료가 될 수 있었다.

고래에서도 많은 지방을 얻을 수 있었다.

포획한 고래의 지방 조직을 가공하면 기름을 얻을 수 있었고, 이렇게 생산된 고래기름은 여러 용도로 활용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등잔을 밝히는 연료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불이 붙는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조명용 연료라면 불꽃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했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빛도 내야 했다. 연기와 냄새, 보관과 유통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고래기름은 이런 조건 속에서 상품 가치를 가진 자원으로 취급됐다.

흥미로운 점은 바다에서 잡은 거대한 동물이 도시의 작은 등잔과 연결됐다는 것이다.

고래를 포획하고, 지방을 처리해 기름을 얻고, 그것을 항구로 가져와 다시 유통해야 비로소 누군가의 집이나 작업장에 있는 등잔을 밝힐 수 있었다.

등불 하나 뒤에 긴 공급 과정이 존재했던 셈이다.

향유고래에서는 특별한 양초 재료도 얻었다

여기에서 조금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다.

'고래기름'과 **경랍(spermaceti)**은 같은 말로 생각하기 쉽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랍은 특히 향유고래의 머리 부분에 있는 기관에서 얻을 수 있었던 왁스성 물질이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양초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경랍으로 만든 양초는 당시 좋은 품질의 양초로 평가받았다. 비교적 밝고 안정적인 불꽃을 낼 수 있었고 기존의 일부 동물성 지방 초에서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냄새나 그을음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는 경랍초가 중요한 조명 제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여기서 당시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흥미롭다.

지금은 양초가 필요하면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좋은 양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가 먼바다의 향유고래에서 시작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작은 촛불 하나와 거대한 포경선이 하나의 산업으로 이어져 있었다.

왜 사람들은 위험한 바다까지 고래를 찾아갔을까?

고래를 잡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당시 포경선은 장기간 바다에 머물기도 했으며 고래를 발견하면 작은 보트를 내려 접근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오늘날처럼 현대적인 선박이나 통신장비가 있었던 시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포경 산업이 크게 성장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래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에 경제적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래기름은 조명뿐 아니라 여러 산업적 용도로 활용됐다. 경랍 역시 양초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의 원료가 될 수 있었다.

특히 19세기 미국의 포경 산업에서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항구 도시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매사추세츠의 뉴베드퍼드와 낸터킷 같은 곳은 포경의 역사와 깊게 연결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배가 항구를 떠나 고래를 찾아 먼바다를 항해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위험이 따랐다.

이렇게 얻은 자원이 정제되고 유통돼 도시와 가정의 불빛으로 사용됐다.

우리가 옛날 등잔 하나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조명은 단순한 생활도구인 동시에 거대한 산업과 무역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고래기름 조명은 왜 사라졌을까?

그렇다면 고래기름은 왜 오늘날 조명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을까?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연료와 조명 기술의 등장이다.

19세기에 석유 산업이 성장하면서 등유와 같은 석유계 연료가 조명 시장에서 중요해졌다. 동시에 가스 조명도 도시에서 사용됐고, 이후에는 전기 조명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이 빛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양초 역시 변화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테아린이나 파라핀 같은 새로운 재료가 사용되면서 고래에서 얻은 경랍에 의존하지 않고도 양초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결국 조명 기술의 변화는 고래 자원에 대한 수요 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물론 포경 산업의 쇠퇴를 조명 기술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고래 자원은 여러 용도로 사용됐고 국가와 시대에 따라 포경의 상황도 달랐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상업 포경으로 여러 고래 개체군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제적인 보호 움직임도 강화됐다. 이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0년대 상업 포경 모라토리엄을 결정했다.

따라서 고래와 조명의 관계는 새로운 에너지원과 기술의 등장, 산업 변화, 그리고 훗날의 고래 보호 문제까지 이어지는 긴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정확하다.

작은 등불 하나가 보여주는 의외의 역사

고래기름 조명의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옛날에는 특이한 연료를 사용했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에게 빛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방 전체를 밝힌다. 전구가 켜질 때마다 그 전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과거의 사람들도 매일 등잔을 바라보면서 그 기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불꽃을 거꾸로 따라가 보면 항구와 상인, 포경선, 먼바다 그리고 고래까지 등장한다.

평범한 생활도구 하나를 통해 당시의 산업과 무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명의 역사는 전구의 발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빛을 얻기 위해 어떤 연료를 찾았고, 그것을 어떻게 운반하고 소비했는지까지가 모두 조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전기가 없던 시대에는 빛을 얻기 위해 태울 수 있는 연료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고래에서 얻은 기름도 조명용 연료로 사용됐으며, 향유고래에서 얻은 경랍은 좋은 품질의 양초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됐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고래와 촛불의 조합이 낯설지만 당시에는 밤을 밝히기 위한 하나의 산업이었다.

그러나 석유계 연료와 새로운 양초 재료, 가스등과 전기 조명 등이 등장하면서 조명의 선택지는 크게 달라졌다. 결국 한때 사람들의 밤과 연결됐던 고래는 현대 조명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런데 고래기름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었던 오래된 조명 연료도 있었다.

바로 식물에서 얻은 기름이다.

다음 글에서는 **「옛날 등잔에는 왜 식물기름을 넣었을까?」**를 주제로, 작은 그릇과 심지만으로 밤을 밝혔던 기름등잔의 구조와 사람들이 어떤 기름을 사용했는지 살펴본다.

FAQ

Q. 옛날에는 모든 등잔에 고래기름을 넣었나요?
아니다. 고래기름은 여러 조명 연료 가운데 하나였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식물성 기름이나 다른 동물성 지방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됐다. 따라서 과거의 등잔을 모두 고래기름 등잔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Q. 고래기름과 경랍은 같은 것인가요?
정확히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고래기름은 주로 고래의 지방 조직을 가공해 얻었으며, 경랍은 특히 향유고래 머리의 기관에서 얻었던 왁스성 물질이다. 경랍은 정제해 양초 재료 등으로 이용됐다.

Q. 고래기름이 사라진 것은 전구가 발명됐기 때문인가요?
전구 하나만이 원인은 아니다. 석유 산업의 성장과 등유의 보급, 가스 조명, 파라핀을 비롯한 새로운 양초 재료, 이후 전기 조명의 확산 등 여러 변화가 함께 일어났다. 포경 산업과 고래 보호의 역사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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