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던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알았을까? 해시계가 시간을 재는 방법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화면부터 확인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시간이 몇 시인지 바로 알 수 있고, 알람을 맞추거나 약속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가도 자동차와 컴퓨터, 전광판 등 주변 곳곳에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계를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알았을까?

가장 가까운 답은 하늘에 있었다. 해가 뜨고 높아졌다가 다시 지는 변화는 매일 반복된다.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주기를 관찰했고, 햇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림자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도 이용했다.

이러한 관찰은 결국 해시계라는 시간 측정 도구로 발전했다.

시계가 없어도 하루의 흐름은 알 수 있었다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도 사람들에게 시간에 대한 감각은 필요했다.

농사를 짓는다면 해가 뜨고 지는 시점을 알아야 했고, 공동체가 함께 움직이려면 하루 중 어느 정도의 시점을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오전 8시 37분"이라고 시간을 확인했던 것은 아니다.

해가 뜨면 아침이 시작되고, 해가 하늘 높이 올라가면 낮의 가운데에 가까워졌으며, 해가 낮아지면 저녁이 다가온다는 식으로 자연의 변화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태양의 위치다.

하루 동안 태양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면서 땅에 생긴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도 변한다.

막대기 하나를 땅에 세워놓고 시간을 두고 관찰해 봐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아침과 한낮, 오후의 그림자는 같은 방향과 길이를 유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반복되는 변화를 일정한 기준과 결합하면 단순히 "해가 많이 떴다" 정도를 넘어 하루를 여러 구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시계의 기본적인 생각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해시계는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나타낸다

해시계를 보면 숫자나 눈금이 표시된 판과 그 위에 세워진 막대 또는 날개 같은 구조물을 볼 수 있다.

그림자를 만드는 부분을 보통 노몬(gnomon)이라고 한다.

햇빛이 노몬에 비치면 판 위에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태양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달라져 보이고, 그에 따라 그림자도 움직인다.

이 그림자의 위치를 미리 계산해 표시한 눈금과 비교하면 시간을 읽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장치지만 정확한 해시계를 만들려면 아무 방향으로 막대를 꽂아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치 장소의 위도와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하며 해시계의 구조에 따라 노몬을 지구의 자전축과 평행하도록 맞추는 방식도 사용된다.

그래서 제대로 설계된 해시계는 단순히 그림자가 생기는 장식물이 아니라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시간 표시로 바꾸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직접 관찰해 보면 해시계의 원리를 이해하기가 더 쉽다.

맑은 날 같은 장소에 세워진 물체의 그림자를 아침, 정오 무렵, 오후에 각각 살펴보면 그림자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숫자로 보는 시간의 흐름을 움직이는 그림자에서 읽었던 것이다.

해시계는 한 지역에서만 사용된 발명품이 아니었다

해와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여러 고대 문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 그림자를 이용해 하루의 시간을 구분한 도구들이 사용됐고,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가 발전했다.

해시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고정된 디자인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평한 판 위에 그림자가 생기도록 만든 형태도 있고, 오목한 면을 이용하는 방식도 있었다. 건물의 벽면에 설치해 그림자의 위치로 시간을 확인하는 해시계도 만들어졌다.

지역의 지리적 조건과 사용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해시계는 중요한 시간 측정 도구였다.

대표적으로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앙부일구(仰釜日晷)가 잘 알려져 있다.

'앙부'는 하늘을 바라보는 솥과 같은 형태를 뜻하고, '일구'는 해의 그림자를 이용하는 시계를 의미한다. 이름처럼 앙부일구의 안쪽은 오목한 반구 형태를 하고 있다.

그 안에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눈금을 이용해 시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앙부일구는 조선 시대의 천문학과 시간 측정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 가운데 하나다.

오늘날 해시계를 보면 구조가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 변화에 대한 관찰이 그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옛날의 ‘한 시간’은 지금과 항상 같지 않았다

해시계의 역사를 보다 보면 현대인의 시간 감각과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한 시간을 언제나 같은 길이로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모든 사회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나눈 것은 아니다.

고대와 중세의 일부 시간 체계에서는 낮을 일정한 수의 구간으로 나누고 밤도 일정한 수의 구간으로 나누는 방식이 사용됐다.

문제는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변한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낮이 길고 겨울에는 짧다. 따라서 일출부터 일몰까지를 같은 개수로 나누면 여름의 낮 한 시간과 겨울의 낮 한 시간이 실제로 같은 길이가 아닐 수 있다.

오늘날처럼 언제나 동일한 길이의 시간을 기준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태양의 움직임과 생활시간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방식이기도 했다.

기계식 시계가 발전하고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시간 개념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즉 시계의 발전은 단순히 시간을 더 정확하게 알려준 것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해시계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해시계의 원리는 훌륭하지만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햇빛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름이 짙게 끼어 그림자가 뚜렷하지 않으면 시간을 읽기 어렵다. 건물 안에서도 사용할 수 없고, 무엇보다 해가 완전히 진 밤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계절과 설치 장소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해시계가 보여주는 태양을 기준으로 한 시간과 오늘날 시계가 보여주는 표준시는 개념적으로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다.

현대에는 넓은 지역의 사람들이 같은 표준시를 공유하지만, 태양이 하늘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도달하는 시점은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과 더 서쪽에 있는 도시가 같은 한국 표준시를 사용한다고 해서 태양의 위치까지 정확히 동시에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훗날 철도와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각 지역이 태양을 기준으로 제각각 시간을 사용하면 멀리 떨어진 도시를 정확한 시간표로 연결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 시리즈 후반의 표준시 탄생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해시계 시대의 더 즉각적인 문제는 간단했다.

“해가 없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잴 것인가?”

사람들은 결국 태양과 그림자가 없어도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흐르는 것이 새로운 시계가 되었다

태양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일정하게 변화하는 다른 현상을 이용하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물이다.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물이 흐르는 양을 이용하거나, 용기 속 수면의 변화를 관찰하면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물시계다.

물시계의 장점은 해시계와 달리 햇빛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이나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차이였다.

물론 물시계에도 문제가 있었다.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고 구조에 따라 수압 변화나 온도 같은 조건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보다 정확한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물시계는 단순히 그릇에 물을 담아 흘려보내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더욱 복잡한 장치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 자격루처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정교한 물시계가 만들어졌다.

해와 그림자를 바라보던 시간 측정이 이제는 물의 흐름과 기계 장치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무리

시계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시간 없이 살았던 것이 아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과 태양의 위치를 관찰했고,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가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시간 측정에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도구가 해시계다.

해시계는 구조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태양의 움직임과 지구의 자전, 계절과 위치에 대한 오랜 관찰이 담겨 있다.

또한 조선의 앙부일구처럼 각 사회의 천문 지식과 생활 방식이 반영된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해시계는 밤이 되면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결국 하늘을 볼 수 없는 순간에도 시간을 측정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는 그림자 대신 물의 흐름이 시간의 기준이 된다.

다음 2편에서는 밤에는 해시계 대신 무엇을 사용했는지, 물시계는 어떻게 시간을 측정했으며 조선의 자격루는 왜 특별한 장치였는지 살펴보려 한다.

FAQ

Q1. 해시계는 실제 시계처럼 정확한가요?

제대로 설계하고 올바른 위치와 방향에 설치하면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유용합니다. 다만 해시계가 나타내는 태양시와 현대의 표준시는 기준이 다르며 계절에 따른 보정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손목시계와 숫자가 항상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Q2. 흐린 날이나 밤에도 해시계를 사용할 수 있나요?

뚜렷한 그림자를 만들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짙게 흐린 날이나 밤에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물시계처럼 태양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시간 측정 방법도 발전했습니다.

Q3. 앙부일구는 우리나라의 해시계인가요?

네. 앙부일구는 조선 세종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해시계입니다. 오목한 반구 형태의 내부에 생기는 그림자와 눈금을 이용해 시각을 확인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조선 시대 천문·시간 측정 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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