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없던 시절에는 어디에 책을 놓고 읽고 썼을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는다.

책을 펼칠 평평한 공간이 있고, 노트와 필기구를 옆에 둘 수 있으며, 의자에 앉았을 때 손이 편하게 닿는 높이도 갖춰져 있다. 그래서 책과 글쓰기는 원래부터 책상에서 이루어졌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의 역사가 곧 현대적인 책상의 역사는 아니다.

사람들은 책상이 지금처럼 보편적인 가구가 되기 전에도 오랫동안 읽고 기록했다. 무릎 위에 기록물을 올려놓기도 했고, 바닥이나 낮은 상을 이용하기도 했다. 장시간 글을 옮겨 적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이나 필기 재료를 받쳐주는 별도의 필경대가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책의 형태와 글을 쓰는 재료가 달라지면 필요한 가구도 달라졌다.

두루마리를 읽는 사람과 여러 장의 종이책을 펼쳐놓고 읽는 사람, 붓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타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작업 공간은 같을 수 없었다.

책상의 역사는 결국 사람이 읽고 쓰는 자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가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상이 없어도 무릎과 바닥은 훌륭한 받침대였다

글을 쓰려면 반드시 네 다리가 달린 가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록물이라면 손에 들거나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바닥에 앉는 생활문화에서는 바닥 자체가 작업공간의 일부가 된다.

필요하다면 앞에 낮은 받침을 놓으면 된다.

이 방식은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좌식생활에서는 사람이 바닥에 앉기 때문에 높은 책상을 사용할 이유가 적다. 대신 앉은 자세에서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낮은 높이의 가구가 편리하다.

전통적으로 사용된 서안은 이러한 생활방식과 연결되는 가구다.

서안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 사용하는 낮은 책상으로, 바닥에 앉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높이로 만들어졌다.

현대의 책상과 비교하면 매우 낮지만 기능 자체는 낯설지 않다.

책을 올려놓고 읽고, 종이나 다른 기록 재료를 펼쳐 글을 쓰기 위한 작업면을 제공한다.

즉 책상의 적절한 높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바닥에 앉느냐 의자에 앉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책의 형태가 달라지면 읽는 자세도 달라졌다

오늘날의 책은 여러 장의 종이를 한쪽에 묶은 형태가 일반적이다.

책상 위에 놓으면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물은 항상 이런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고대에는 파피루스나 양피지 등에 기록한 두루마리가 사용됐다. 두루마리는 오늘날의 책처럼 한 페이지씩 넘기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펼치고 다른 부분을 말아가며 읽는다.

이런 기록물을 읽을 때는 반드시 넓은 책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손으로 두루마리를 잡고 읽거나 무릎과 주변의 받침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이후 여러 장을 한쪽에 묶는 코덱스 형태의 책이 널리 사용되면서 독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책을 특정 페이지에 펼쳐놓고 읽기가 편해졌고, 다른 기록물과 비교하거나 글을 옮겨 적는 작업에도 유리했다.

하지만 책이 커지고 무거워지면 오랫동안 손에 들고 읽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책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가구의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필경대는 책을 읽는 도구이자 글을 쓰는 작업대였다

인쇄술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상당한 노동이 필요했다.

특히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원 등의 필경실에서 필경사가 문서를 베껴 쓰고 책을 제작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책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작업환경이 필요했다.

책이나 원고를 비스듬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필경대와 독서대 같은 가구가 활용된 이유다.

평평한 면만 고집할 필요도 없었다.

읽는 자료를 기울여 놓으면 고개를 지나치게 아래로 숙이지 않고 글을 볼 수 있다. 큰 책을 안정적으로 펼쳐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오늘날 도서관이나 강연대에서 볼 수 있는 기울어진 독서대를 떠올리면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가구는 현대적인 사무용 책상과 모습은 다르지만 목적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 계속 들고 있기 어려운 기록물을 일정한 위치에 놓아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책상은 처음부터 서랍이 달린 커다란 가구였던 것이 아니라 읽고 쓰는 물건을 받쳐주는 작업면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책상은 좌식생활과 함께 낮아졌다

가구의 모양은 그 지역 사람들이 생활하는 자세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한국을 비롯해 전통적인 좌식생활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책상 역시 낮은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높은 다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서안 역시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크기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 서안은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도구 역시 작업공간에 영향을 미쳤다.

붓과 먹을 사용하려면 종이뿐 아니라 벼루와 먹, 물을 비롯한 도구를 함께 놓을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책상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올려놓는 받침이 아니라 기록에 필요한 여러 물건을 정리해 사용하는 장소가 된다.

이 점은 오늘날의 책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은 책상 위에 책과 노트, 펜을 놓고 컴퓨터와 키보드까지 사용한다. 시대에 따라 올라가는 물건만 달라졌을 뿐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한곳에 모아놓는다는 기능은 이어지고 있다.

의자에 앉기 시작하자 책상도 높아져야 했다

앞선 글에서 살펴봤듯이 사람이 어디에 앉느냐는 다른 가구의 높이에도 영향을 준다.

바닥에 앉으면 낮은 상이나 서안이 편하다.

반대로 의자에 앉으면 낮은 책상을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상체를 지나치게 숙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자생활이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의자의 좌판 높이에 맞춰 작업면도 함께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의 조합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책상 아래에는 다리가 들어갈 공간도 필요하다.

바닥에 앉아 사용하는 낮은 상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조건이 의자와 책상을 함께 사용하면서 중요해진다.

이렇게 보면 책상과 의자는 독립적으로 발전한 물건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사람의 앉는 자세가 달라지면 책상의 높이가 달라지고, 책상이 달라지면 그 앞에서 사용하는 의자의 형태도 영향을 받는다.

가구는 서로의 크기와 사용법을 결정한다.

책상이 커지면서 물건을 보관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읽고 쓰는 작업이 복잡해질수록 책상 위에 놓아야 할 물건도 늘어난다.

종이와 책, 편지와 필기구를 사용한다면 이를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다.

그래서 책상에는 수납 기능이 결합되기 시작했다.

서랍을 달면 작은 물건이나 문서를 넣어둘 수 있고, 칸을 나누면 여러 종류의 기록물을 구분해서 보관할 수 있다.

일부 책상은 사용하지 않을 때 작업면을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도 했다.

책상이 단순한 판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가구로 복잡해진 것이다.

근대 이후 사무업무가 증가하면서 책상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많은 문서를 읽고 작성하고 분류해야 하는 사무실에서는 넓은 작업면과 수납공간이 중요해졌다.

타자기가 등장했을 때는 타자기를 놓을 자리가 필요했고, 컴퓨터가 보급된 뒤에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기록도구가 바뀔 때마다 책상도 조금씩 달라진 셈이다.

현대의 책상도 새로운 도구에 맞춰 계속 변하고 있다

책상의 기본적인 기능은 여전히 평평한 작업면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책상 위의 풍경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책과 종이보다 노트북이나 모니터를 더 오래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전기가 필요한 기기가 늘어나면서 전선과 충전기를 정리하는 구조가 중요해졌고, 여러 대의 모니터를 올려놓을 수 있는 넓은 책상도 사용된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도 있다.

앉아서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서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면 자체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새로운 것처럼 보이면서도 책상의 오랜 역사와 같은 방향에 있다는 사실이다.

책상은 언제나 사람이 사용하는 기록도구와 자세에 맞춰 변화해 왔다.

두루마리를 읽던 사람과 붓으로 글을 쓰던 사람, 타자기를 사용하던 사람과 컴퓨터로 작업하는 사람이 같은 책상을 필요로 할 이유는 없다.

도구가 달라지면 그것을 올려놓는 가구도 달라진다.

책상의 역사를 보면 가구가 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상이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충분히 읽고 쓸 수 있었다.

손이나 무릎을 이용하고 바닥에 앉아 낮은 받침을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책과 기록물을 올려놓는 독서대와 필경대를 만들었다.

한국의 좌식생활에서는 서안처럼 낮은 책상이 자연스러웠다.

반대로 의자생활이 확대되면 사람이 앉는 위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책상의 작업면 역시 높아질 필요가 있었다.

결국 현대적인 책상의 형태는 책상 하나만의 역사가 아니다.

책의 형태, 필기구, 앉는 자세, 의자의 높이, 수납해야 하는 물건과 업무 방식이 함께 변화한 결과다.

우리가 책상 앞에 의자를 당겨 앉는 평범한 행동에도 여러 생활도구의 역사가 겹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책상과 비슷하게 평평한 판과 다리로 이루어진 가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식탁이다.

겉으로 보면 책상과 식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하나는 읽고 쓰는 장소가 되고 다른 하나는 가족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음식을 먹는 장소가 됐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바닥의 낮은 상을 벗어나 높은 식탁에 둘러앉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앉는 가구와 생활방식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FAQ:

책상이 없던 시대에는 무릎 위에 놓고 글을 쓰기도 했나요?

상황과 기록 재료에 따라 손이나 무릎을 받침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큰 책이나 장시간의 필사 작업처럼 안정적인 작업면이 필요한 경우에는 낮은 상이나 필경대, 독서대 같은 별도의 받침이 유용했다.

한국의 옛 책상은 왜 지금보다 낮았나요?

전통적인 좌식생활과 관련이 있다.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려면 현대의 높은 책상보다 낮은 서안과 같은 가구가 사용하기 편했다. 가구의 높이가 당시의 생활 자세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책상에 서랍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읽고 쓰는 데 필요한 종이와 문서, 필기구 등이 늘어나면서 작업공간 주변에 수납 기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책상에 서랍이나 여러 칸을 결합하면 작업에 필요한 물건을 가까운 곳에 정리해두고 사용할 수 있었다.



댓글 쓰기

0 댓글

이 블로그 검색

태그

신고하기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