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벽이 필요하지만 벽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
사람이 드나들려면 출입구가 필요하고, 햇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려면 벽에 열린 공간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구멍으로 추위와 더위, 비와 먼지, 벌레와 외부의 시선까지 함께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살펴본 문과 창문의 역사는 결국 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온 과정이었다.
단순한 출입구에는 움직이는 문이 생겼고, 경첩과 문고리 같은 부품이 더해졌다. 창에는 종이와 유리가 사용됐고, 필요할 때 열고 닫을 수 있는 창짝과 벌레를 막는 방충망, 빛과 시선을 조절하는 커튼과 블라인드까지 등장했다.
각각은 작은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쌓이면서 사람들은 바깥 날씨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는 외부와 실내를 분리할 수 있게 됐다.
문과 창문의 변화는 집의 모양만 바꾼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생활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
출입구에 문이 생기면서 공간을 나눌 수 있었다
문이 없는 출입구는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두 공간을 분리하기는 어렵다.
출입구에 움직이는 문을 설치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필요할 때는 열어 사람을 통과시키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닫아 공간을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문의 중요한 특징이 나타난다.
벽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나누지만 문은 그 경계를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문을 열면 두 공간이 연결되고 닫으면 다시 분리된다.
경첩과 문고리 같은 부품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동작도 더욱 편리해졌다. 무거운 문을 완전히 들어 옮길 필요 없이 한쪽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킬 수 있었고, 손잡이를 이용해 문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됐다.
문은 단순한 출입구의 덮개에서 공간의 연결과 분리를 조절하는 장치로 발전한 것이다.
이 변화는 집 안의 방을 사용하는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잠을 자는 공간, 음식을 만드는 공간,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처럼 서로 다른 용도의 장소를 필요에 따라 나누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의 발전은 낮 시간의 실내를 바꾸었다
창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빛을 받아들이면서 외부 환경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벽에 단순히 구멍을 내면 햇빛은 들어온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때도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추운 계절에는 열린 개구부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덧문과 천, 종이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해 창을 가렸다.
한옥의 창호지는 그중 흥미로운 사례다.
창호지는 투명한 유리처럼 바깥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빛의 일부를 통과시킨다. 덕분에 개구부를 그대로 열어두지 않고도 낮의 자연광을 실내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리창은 여기에서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투명한 유리를 사용하면 창을 닫은 상태에서도 빛뿐 아니라 바깥 풍경까지 볼 수 있다.
유리 생산 기술이 발전하고 판유리가 널리 보급되면서 창의 크기도 점차 커질 수 있었다.
집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경험이 달라진 것이다.
창은 더 이상 어두운 벽에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만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창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바람도 조절하게 됐다
빛을 받아들이는 것과 환기는 서로 다른 문제다.
고정된 유리창은 햇빛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공기를 통과시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창짝을 움직이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경첩을 이용해 창을 여닫거나 창틀을 따라 옆으로 움직이고, 어떤 창은 위아래로 올리고 내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창문이 움직이게 되면서 사람들은 바깥 공기를 받아들이는 정도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조금만 열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더 넓게 열 수도 있다.
특히 미닫이창은 창짝이 앞뒤로 크게 회전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도 사용하기 편리했다. 오르내리창 역시 창짝을 창틀 안에서 움직이게 해 별도의 회전 공간을 줄일 수 있었다.
창문은 빛을 통과시키는 구조에서 공기의 흐름까지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장치로 발전했다.
하지만 창을 열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바람과 함께 벌레도 들어올 수 있었다.
방충망은 창을 열어두는 부담을 줄였다
방충망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망이다.
그러나 창문을 사용하는 방식에는 상당히 실용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방충망이 없다면 환기를 위해 창을 열었을 때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다.
과거에는 모기장처럼 사람이 생활하거나 잠을 자는 공간을 따로 가리는 방법도 활용됐다.
방충망은 대응하는 위치를 창문으로 옮겼다.
공기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작은 구멍을 남기면서 그보다 큰 곤충이 통과하기 어렵도록 만든 것이다.
덕분에 유리창을 열어도 창 전체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방충망이 모든 작은 곤충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망의 크기와 상태, 창틀의 틈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그럼에도 ‘환기를 하면 벌레도 들어온다’는 불편을 줄여주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창문에 유리와 움직이는 창짝, 방충망이 겹쳐진 이유도 각각 해결하는 문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커튼과 블라인드는 실내에서 창을 다시 조절했다
유리창이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다.
유리는 투명하다.
낮에는 이 성질 덕분에 집 안에서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외부에서도 실내가 보일 수 있다.
햇빛 역시 항상 많이 들어오는 것이 편리한 것은 아니다.
강한 햇빛이 직접 들어오면 눈부실 수 있고 시간에 따라 실내 밝기를 낮추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창 안쪽에는 커튼과 블라인드 같은 가림 장치가 사용됐다.
커튼을 펼치면 창을 가리고 다시 걷으면 자연광과 풍경을 받아들일 수 있다.
슬랫을 사용하는 블라인드는 각도를 조절해 빛과 시선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유리와 커튼이 서로 반대되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유리는 바깥을 보이게 한다.
커튼은 필요할 때 보이지 않게 한다.
서로 반대되는 두 기능을 하나의 창에 함께 넣음으로써 거주자가 상황에 따라 원하는 상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창은 실내 온도를 지키는 역할도 한다
현대 주택의 창문에는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실내의 열이 지나치게 빠져나가거나 외부의 열이 쉽게 들어오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유리 한 장은 빛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벽과 비교하면 열이 이동하기 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의 창에는 두 장 이상의 유리 사이에 공간을 둔 복층유리 등이 널리 사용된다.
유리와 유리 사이의 밀폐된 공간을 이용해 열의 이동을 줄이는 방식이다. 제품에 따라 유리 표면에 특수 코팅을 적용하거나 유리 사이 공간에 특정 기체를 사용하는 등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활용된다.
창틀 역시 중요하다.
유리의 성능이 좋아도 창틀 주변에 틈이 많으면 공기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의 창호는 유리만이 아니라 창틀과 밀폐 구조까지 함께 설계된다.
과거의 창이 주로 빛과 환기를 위한 개구부였다면 현대의 창은 건물의 실내환경을 유지하는 중요한 부분으로까지 역할이 확대된 셈이다.
문과 창문은 집과 바깥의 경계를 조절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살펴본 문과 창문의 변화를 하나로 모아보면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
사람들은 집과 바깥을 완전히 단절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막고 싶었다.
사람은 드나들어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출입구를 닫아야 했다.
햇빛은 필요하지만 비와 찬바람까지 들어올 필요는 없었다.
환기를 위해 바람은 받아들이되 벌레는 줄이고 싶었다.
바깥 풍경은 보고 싶지만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하나의 벽에 문과 창문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 경첩과 손잡이, 유리, 창틀, 방충망, 커튼과 블라인드 같은 요소가 하나씩 더해졌다.
결국 문과 창문은 단순한 건축 부품을 넘어 집과 외부의 관계를 조절하는 생활도구가 되었다.
아침에는 커튼을 열어 햇빛을 받고, 필요하면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외출할 때는 창과 문을 닫고, 밤이 되면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실내를 가린다.
오늘날에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가능하게 만들기까지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닫으면서도 어떻게 필요한 것은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해 왔다.
문과 창문의 역사는 결국 집이 단순히 외부를 막아주는 공간에서 사람이 빛과 공기, 온도와 시선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변해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FAQ
문과 창문이 발전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외부 환경을 단순히 막는 것에서 필요한 요소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문은 출입을 조절하고 창은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며, 유리와 방충망, 커튼 같은 장치가 비와 바람, 벌레, 외부 시선을 각각 조절하게 됐다.
유리창이 생긴 뒤에도 왜 창문 구조가 계속 복잡해졌나요?
유리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비와 바람을 막는 데 유용하지만 환기, 방충, 사생활 보호, 단열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움직이는 창짝과 방충망, 복층유리, 커튼과 블라인드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가 추가됐다.
현대의 창문은 과거의 창문과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과거의 창이 주로 채광과 환기를 위한 개구부였다면 현대의 창은 채광과 환기뿐 아니라 기밀, 단열, 방충, 시야와 사생활 조절까지 여러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겉으로는 하나의 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기술과 생활도구가 결합된 구조에 가깝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