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시간을 여러 개로 나눴을까? 시간대와 그리니치의 역사

 



한국에서 아침에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한 번쯤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다.

“거기는 지금 몇 시지?”

같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데 서울과 런던, 뉴욕의 시계는 서로 다른 숫자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에서는 해외 도시를 추가하기만 하면 현지 시간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세계의 시간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서로 다른 시각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연이 직접 정해놓은 규칙이 아니다.

지구의 자전이라는 자연현상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국제적인 활동에 편리하도록 만든 시간 체계다.

19세기 철도와 증기선, 전신이 세계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기 시작하자 한 나라 안에서 시간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이제 세계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다.

지구 전체가 같은 시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지구는 약 24시간에 한 번 자전한다.

한 바퀴는 360도이므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경도 15도 정도가 약 1시간의 차이에 해당한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한 지역이 한낮일 때 다른 지역은 아침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은 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전 세계의 생활시간을 하나의 시각으로 통일하면 일상적으로 상당히 낯선 상황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는 시계가 정오를 가리킬 때 해가 높이 떠 있지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같은 시각에 깊은 밤일 수 있다.

물론 전 세계가 기술적으로 하나의 시각 표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항공·과학·통신 등에서는 국제적인 기준시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각은 대체로 태양의 하루 주기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 편이 편리하다.

그래서 지구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표준시를 사용하는 시간대(time zone)라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대가 단순히 지구 위에 15도 간격으로 정확하게 선을 그어 만든 체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의 시간대 경계는 국가와 행정구역, 섬의 위치, 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다.

세계 시간대 아이디어는 철도와 통신 시대에 구체화됐다

19세기 이전에도 경도에 따른 시간 차이는 천문학자와 항해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철도와 전신이 등장하면서 일반 사회에서도 먼 지역의 시간을 서로 연결해야 할 필요가 빠르게 커졌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표준시간 체계를 제안한 인물 가운데 샌드퍼드 플레밍(Sandford Fleming)이 자주 언급된다.

플레밍은 캐나다의 철도 기술자로 활동했고, 19세기 후반 세계적인 시간 체계를 정리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할 때 1876년 아일랜드에서 열차 시간표의 오전·오후 표기 때문에 열차를 놓쳤던 일화가 자주 소개된다.

다만 오늘날의 시간대가 플레밍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그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지역별 표준시간과 철도시간에 관한 움직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고, 실제 국제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천문학자와 철도회사, 각국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관여했다.

플레밍은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표준시간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세계의 시간을 맞추려면 먼저 ‘0도’를 정해야 했다

세계적인 시간 체계를 만들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시간 차이를 계산할 출발점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가상의 선을 자오선이라고 한다.

위도에는 적도라는 자연스럽고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경도 0도는 자연적으로 하나의 특정 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자오선을 0도로 삼을지는 사람이 선택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와 지도 제작 전통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 자오선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 항해와 지도 제작, 통신이 확대되면 여러 기준이 섞여 있는 것이 불편하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기준 자오선의 필요성이 커진 이유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1884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제 자오선 회의(International Meridian Conference)가 열렸다.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왕립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본초자오선의 국제 기준으로 채택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이 선이 오늘날 흔히 말하는 그리니치 본초자오선이다.

왜 하필 그리니치였을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세계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는데 왜 영국의 그리니치가 기준이 되었을까?

당시 그리니치는 이미 항해와 천문학에서 상당히 널리 사용되던 기준이었다.

영국은 19세기 세계적인 해운 활동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선박과 해도에서 그리니치 기준의 경도가 사용되고 있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하나의 본초자오선을 선택할 때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던 그리니치를 채택하면 실무적인 이점이 컸다.

그렇다고 당시 모든 국가가 아무런 이견 없이 즉시 같은 기준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자체적인 자오선 전통을 가진 국가도 있었고, 국제적인 기준이 결정된 뒤 실제 제도와 사회생활에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역사에서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개 이와 비슷하다.

회의에서 규칙 하나를 결정했다고 다음 날 전 세계의 생활방식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기존 제도와 새로운 기준이 일정 기간 함께 사용되다가 점차 공통된 체계가 자리 잡는다.

본초자오선과 시간대는 같은 것은 아니다

그리니치 본초자오선과 시간대는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본초자오선은 경도 0도를 정하는 기준선이다.

시간대는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어떤 표준시를 사용할 것인지 정한 구역이다.

개념적으로 지구를 24개의 구역으로 균등하게 나누면 각 구역은 약 15도의 경도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세계지도에서 시간대를 보면 경계가 직선으로 깔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국경을 따라 크게 휘고, 넓은 국가에서는 여러 시간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반대로 국토가 동서로 매우 넓어도 행정과 생활의 편의를 위해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한 시간 단위가 아니라 30분 또는 45분 차이가 나는 표준시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도 15도가 달라지면 실제 시계도 반드시 정확히 한 시간씩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현실의 시간대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원리가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지만 실제 시간대는 사회적 선택과 행정적인 결정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한국은 어떤 시간대를 사용할까?

한국에서 사용하는 표준시는 한국 표준시(KST, Korea Standard Time)다.

협정세계시인 UTC를 기준으로 UTC+9에 해당한다.

따라서 UTC가 0시일 때 한국은 오전 9시가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국이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이나 제주로 이동한다고 시계를 바꿀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외로 이동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면 현지 표준시에 맞춰 시계를 조정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통신망과 위치 정보를 이용해 이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가 시간대의 존재를 의식할 일이 줄었다.

오히려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시간 체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놓치기 쉽다.

손목시계 시대에는 해외에 도착해 용두를 돌려 직접 현지 시각에 맞추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오늘날에는 기기가 알아서 처리하지만 그 뒤에는 19세기부터 발전해 온 세계적인 시간 표준 체계가 존재한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날짜도 바꿔야 한다

시간대를 계속 동쪽이나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시간만 바꾸다 보면 어느 순간 날짜도 하루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태평양을 중심으로 국제 날짜변경선(International Date Line)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대체로 경도 180도 부근을 따라가지만 지도에서 보면 완벽한 직선이 아니다.

국가나 섬 지역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서로 다른 날짜를 사용하게 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경계가 굽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날짜변경선을 서쪽 방향으로 건너면 일반적으로 날짜를 하루 더하고, 동쪽 방향으로 건너면 하루를 빼는 방식으로 날짜를 조정한다.

이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날짜와 시간이 단순히 시계 기계장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간은 자연현상을 바탕으로 하지만 세계적인 사회가 함께 사용하려면 기준선과 시간대, 날짜를 바꾸는 위치까지 정해야 한다.

시간의 기준은 지금도 더 정밀해지고 있다

19세기의 표준시간은 천문 관측과 지구의 자전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과학과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정밀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됐다.

현대의 통신망, 위성항법, 과학 연구에서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시간 차이도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의 시간 체계에서는 원자시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국제적인 시간 기준으로 흔히 접하는 UTC(협정세계시) 역시 정밀한 원자 시간 측정과 지구 자전의 관계를 고려해 운영되는 체계다.

여기까지 오면 시간 측정 도구의 역사가 상당히 흥미롭게 보인다.

처음에는 막대기의 그림자를 관찰했다.

그다음 물과 모래의 흐름을 이용했고, 톱니바퀴와 진자를 사용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원자의 일정한 상태 변화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

하지만 그 전에 시계 역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정밀한 기계식 시계의 자리를 일상생활에서 크게 흔든 쿼츠시계의 등장이다.

마무리

세계가 여러 시간대로 나뉘어 있는 이유는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시간을 나누고 어떤 지역이 어떤 표준시를 사용할지는 자연이 자동으로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철도와 전신, 국제 항해가 확대되면서 지역마다 다른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의 불편함이 커졌고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1884년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이 국제적인 본초자오선으로 채택된 것은 그 과정의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후 세계는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경도를 표현하고 여러 표준시간을 연결하는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결국 오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서울 오전 9시, 런던 오전 1시’ 같은 간단한 숫자 뒤에는 수백 년에 걸친 천문 관측과 항해, 철도, 통신 그리고 국제적인 합의의 역사가 숨어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세계의 시간 기준까지 맞출 수 있게 됐다.

다음 과제는 그 시간을 더욱 정확하고 간편하게 측정하는 것이었다.

다음 10편에서는 태엽과 진자 중심의 기계식 시계에서 벗어나 전기시계와 쿼츠시계가 어떻게 등장했고, 작은 수정 조각이 어떻게 정확한 시간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려 한다.

FAQ

Q1. 전 세계의 시간대는 정확히 24개인가요?

단순히 지구 360도를 15도씩 나누면 24개의 기본 구역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간대는 국경과 행정·경제적 필요에 따라 정해지고, 30분이나 45분 단위의 차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현실의 시간대를 단순히 24개의 동일한 구역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Q2. 그리니치가 경도 0도인 것은 자연적으로 정해진 것인가요?

아닙니다. 적도와 달리 경도 0도에는 자연적으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특정 자오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기준이 사용되다가 1884년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그리니치를 지나는 자오선을 국제적인 본초자오선으로 채택하는 결의가 이루어졌습니다.

Q3. 한국 시간은 세계 기준으로 어떻게 표시하나요?

현재 한국 표준시(KST)는 UTC+9입니다. 협정세계시 UTC보다 9시간 빠르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전국에서 동일한 표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시간대를 변경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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