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가 없던 시절에는 옷을 빠르게 어떻게 열고 닫았을까?

 



점퍼를 입고 지퍼 손잡이를 한 번 올려보면 옷의 앞부분이 순식간에 닫힌다.

허리에서 목까지 수십 개의 작은 결합 부분이 있지만 하나씩 손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 손잡이 하나를 움직이면 양쪽이 차례로 맞물린다.

지퍼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하지만 지퍼가 널리 사용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옷을 자주 입고 벗었다. 단추를 하나씩 채우는 방법도 있었지만 모든 옷이 단추만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끈을 묶거나 금속 고리를 걸고, 작은 후크를 연결하는 등 여러 방식이 사용됐다.

특히 ‘빨리 여닫는다’는 기준에서 보면 지퍼 이전의 사람들도 나름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옷을 목부터 허리까지 열 필요는 없었다

현대의 점퍼를 기준으로 과거의 옷을 생각하면 한 가지 착각이 생기기 쉽다.

옷을 입으려면 반드시 앞부분 전체가 크게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옷의 구조에 따라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머리 위로 입는 옷이라면 앞부분 전체를 열고 닫는 장치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목둘레가 충분히 넓거나 일부만 열리도록 만들면 머리를 통과시킨 뒤 필요한 부분만 여밀 수 있다.

몸을 감싸는 형태의 옷이라면 한쪽 자락을 다른 쪽 위에 겹친 뒤 허리끈이나 띠로 고정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한복에서도 옷을 여미는 방식은 현대 셔츠와 다르다.

예를 들어 저고리에서는 옷고름을 이용해 앞부분을 여미는 방식이 사용됐다. 옷의 구조와 시대에 따라 세부적인 형태에는 차이가 있지만, 끈을 묶어 옷을 고정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볼 수 있다.

즉 지퍼가 없던 시대에는 지퍼를 대신할 장치만 찾았던 것이 아니다.

애초에 옷의 형태 자체를 다른 여밈방식에 맞게 만들었다.

끈은 단순하지만 크기를 조절하기 쉬웠다

끈은 오래된 여밈방법 가운데 하나다.

옷의 양쪽에 끈을 달아 서로 묶으면 별도의 복잡한 부품 없이 옷을 고정할 수 있다.

끈의 장점은 조절하기 쉽다는 것이다.

몸에 맞게 당긴 뒤 원하는 위치에서 묶으면 된다.

옷뿐 아니라 신발이나 주머니처럼 크기를 조이거나 입구를 닫아야 하는 물건에도 같은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여닫는다는 기준에서는 단점도 있다.

매듭을 만들어야 하고 다시 열 때는 매듭을 풀어야 한다. 여러 곳을 끈으로 고정했다면 그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매듭이 너무 단단해지거나 끈이 엉키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끈은 구조가 간단하고 조절하기 좋다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더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여밈도구와 함께 사용됐다.

단추는 매듭보다 반복해서 사용하기 편리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단추는 끈과 다른 방법으로 옷을 고정한다.

매듭을 만들 필요 없이 단추를 단춧구멍에 통과시키면 된다.

풀 때도 단추를 다시 기울여 구멍에서 빼내면 된다.

단추가 여러 개 달린 옷이라면 하나씩 채워야 하지만 각각의 동작은 비교적 단순하다.

무엇보다 단추는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여닫기에 좋다.

옷의 한쪽에 단추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끈처럼 길이를 맞추거나 매번 새로운 매듭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필요한 곳만 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목 부분만 풀거나 소매 끝의 단추만 여는 식으로 옷의 일부를 선택해서 열 수 있다.

그래서 지퍼가 등장한 뒤에도 단추는 사라지지 않았다.

빠른 여닫기만이 좋은 여밈도구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후크를 걸면 단추보다 눈에 덜 띄게 여밀 수 있었다

옷을 여미는 또 다른 방법으로 후크와 고리를 이용할 수 있다.

한쪽에는 작은 갈고리 형태의 부품을 달고 반대쪽에는 그것을 걸 수 있는 고리나 연결 부분을 만든다.

갈고리를 고리에 걸면 옷의 양쪽이 연결된다.

풀 때는 다시 갈고리를 빼면 된다.

이 방식은 단추처럼 큰 부품을 구멍으로 통과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다.

부품을 작게 만들면 옷을 여민 상태에서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오늘날에도 후크 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바지나 치마의 허리 부분, 브래지어 등 다양한 의류에서 작은 후크 형태의 여밈을 발견할 수 있다.

옷에 따라서는 지퍼와 후크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지퍼가 옷의 긴 부분을 닫고, 위쪽의 후크나 단추가 특정 지점을 한 번 더 잡아주는 식이다.

새로운 여밈도구가 오래된 방식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서로 역할을 나누게 된 것이다.

스냅단추는 누르는 동작만으로 옷을 닫게 했다

단추보다 빠르게 여닫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스냅단추다.

우리가 흔히 ‘똑딱이 단추’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단추는 한쪽에 단추를 달고 반대쪽에는 단춧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스냅단추는 다르다.

옷의 양쪽에 서로 맞물리는 부품을 달아놓고 두 부품을 겹쳐 눌러 끼운다.

닫을 때는 위치를 맞춰 누르고, 열 때는 잡아당겨 분리한다.

단추를 좁은 구멍에 하나씩 밀어 넣는 동작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반복해서 빠르게 열고 닫아야 하는 옷이나 가방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스냅단추 역시 여러 개가 달려 있다면 각각 눌러 채워야 한다.

단추보다 동작은 단순해졌지만 여러 지점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동시에 닫는 것은 아니었다.

지퍼의 새로운 점은 여러 여밈을 하나의 동작으로 묶은 것이었다

지퍼의 구조를 보면 단추와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단추가 열 개 달린 옷은 열 개를 각각 채워야 한다.

스냅단추가 열 개라면 역시 열 번 눌러야 한다.

하지만 지퍼는 양쪽에 작은 결합 부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슬라이더가 지나간다.

슬라이더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양쪽의 결합 부분이 순서대로 맞물리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다시 분리된다.

사용자가 모든 부분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연결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손잡이를 움직이는 동작이 여러 개의 작은 결합을 연속적으로 처리한다.

이 점이 지퍼의 핵심적인 편리함이다.

지퍼는 단순히 ‘단추보다 튼튼한 장치’라기보다 많은 여밈 동작을 하나의 연속된 움직임으로 바꾼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지퍼도 한 번에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지퍼와 비슷한 아이디어는 19세기 후반부터 여러 발명가가 시도했다.

초기의 장치는 오늘날 사용하는 지퍼처럼 작고 부드럽게 작동하는 형태와는 차이가 있었다.

실용적인 여밈장치를 만들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양쪽의 결합 부분이 정확하게 맞아야 하고,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도 사용자가 원할 때는 부드럽게 분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했다.

20세기 초에는 스웨덴계 미국인 기술자 기드온 선드백이 지퍼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합 부분과 슬라이더의 구조가 발전하면서 오늘날 지퍼와 가까운 형태의 실용성이 높아졌다.

이후 생산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면서 지퍼의 사용범위도 넓어졌다.

처음부터 모든 옷의 단추를 밀어내고 곧바로 대표적인 여밈도구가 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생활도구가 익숙한 물건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발명뿐 아니라 생산과 내구성, 사용 경험의 축적도 필요하다.

지퍼는 옷뿐 아니라 가방과 신발까지 바꾸었다

지퍼의 장점은 옷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두 가장자리를 길게 열었다가 다시 빠르게 닫아야 하는 물건이라면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방이다.

가방 입구에 지퍼를 달면 끈으로 묶거나 덮개를 여러 번 고정하지 않아도 손잡이를 움직여 입구를 길게 열 수 있다.

다시 슬라이더를 움직이면 입구 전체를 연속해서 닫을 수 있다.

부츠 같은 신발에도 지퍼가 사용된다.

발이 들어갈 만큼 신발의 일부를 크게 열었다가 착용한 뒤 다시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침구 커버나 파우치, 여행용 가방 등에서도 같은 원리가 사용된다.

이렇게 보면 지퍼는 단순한 ‘옷의 부품’을 넘어 두 가장자리를 반복해서 결합하고 분리해야 하는 여러 생활용품에 적용된 범용적인 여밈도구다.

지퍼가 생겼는데도 단추와 끈이 남은 이유

지퍼가 빠르다면 모든 옷을 지퍼로 만들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옷장을 열어보면 그렇지 않다.

셔츠에는 여전히 단추가 달려 있고 운동화에는 끈이 사용된다. 코트에는 단추가 흔하며 일부 옷에는 스냅단추와 후크도 남아 있다.

각 방식의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끈은 길이와 조임 정도를 조절하기 쉽다.

단추는 구조가 단순하고 하나가 떨어지더라도 다시 꿰매 달기 비교적 쉽다.

스냅단추는 짧은 구간을 빠르게 여닫기에 편하다.

지퍼는 긴 구간을 한 번의 연속된 동작으로 여닫는 데 유리하지만 결합 부분이나 슬라이더가 손상되면 수선이 단추보다 복잡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도구가 언제나 이전 도구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사용할 장소와 목적에 따라 여러 방식이 함께 남는다.

옷을 빠르게 여미는 방법은 계속 달라져 왔다

지퍼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옷을 열고 닫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옷 자체를 머리 위로 입도록 만들거나 천을 겹쳐 끈과 띠로 고정할 수 있었다. 단추를 이용하면 매듭 없이 반복해서 여닫을 수 있었고, 후크는 작은 부품을 걸어 옷을 고정했다. 스냅단추처럼 눌러서 맞물리는 방식도 등장했다.

지퍼가 달라진 점은 이런 여밈을 더욱 연속적인 동작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작은 결합 부분을 수없이 늘어놓고 슬라이더 하나가 지나가면서 차례대로 연결하도록 만든 것이다.

손가락으로 하나씩 채우던 행동을 손잡이를 한 번 움직이는 행동으로 바꿨다.

우리가 점퍼의 지퍼를 몇 초 만에 올릴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잠금장치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던 여러 동작을 도구의 구조가 대신하도록 만든 결과다.

그런데 옷을 입고 나면 또 다른 작은 문제가 생긴다. 소매나 바짓단이 너무 길거나 옷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일정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옷을 만들고 여미는 도구가 발전하면서 옷의 가장자리를 정리하고 형태를 잡는 방법 역시 함께 달라졌다.

FAQ

지퍼가 없을 때는 옷을 입고 벗는 데 훨씬 오래 걸렸나요?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옷의 구조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머리 위로 입거나 천을 겹쳐 끈과 띠로 고정하는 옷처럼 긴 여밈 부분을 하나씩 닫을 필요가 없는 방식도 있었다. 단추와 후크 등도 필요에 따라 사용됐다.

지퍼는 누가 만들었나요?

지퍼와 비슷한 여밈장치는 19세기 후반부터 여러 발명가가 개발했다. 이후 20세기 초 기드온 선드백이 결합 부분과 작동구조를 개선하면서 현대적인 지퍼로 이어지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한 사람이 어느 날 현재의 지퍼를 완성했다고 단순화하기보다는 여러 단계의 개선을 거쳐 발전한 도구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지퍼가 있는데 왜 옷에는 아직도 단추를 사용할까요?

여밈도구마다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퍼는 긴 부분을 빠르게 여닫는 데 편리하지만 단추는 구조가 단순하고 개별적으로 수선하기 쉽다. 끈은 조임 정도를 조절하기 좋고 후크나 스냅단추는 특정 부분을 간단하게 고정하기 좋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여러 방식이 함께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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