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이 없던 시절에는 옷을 어디에 보관했을까?

 



오늘날에는 옷을 보관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옷장을 떠올린다.

문을 열면 옷걸이에 걸린 옷이 있고 아래쪽에는 접은 옷이나 작은 물건을 넣는 서랍이 있다. 집에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다면 옷을 보관하는 공간 자체가 건물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옷장은 사람이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던 가구가 아니다.

옷의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면 굳이 커다란 세로형 가구가 필요하지 않다.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접어 상자에 넣거나, 벽의 못과 막대 등에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다.

옷장이 등장하고 커진 과정에는 단순히 가구 제작기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진 옷의 종류와 수가 늘어나고, 옷을 접는 대신 형태를 유지한 채 걸어서 보관할 필요가 생기면서 옷을 위한 가구도 함께 달라졌다.

옷이 많지 않을 때는 상자 하나로도 충분했다

옷을 보관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상자에 넣는 것이다.

상자는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다.

바닥과 네 면을 만들고 뚜껑을 덮으면 내부에 물건을 넣어둘 수 있다. 먼지가 직접 내려앉는 것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다른 장소로 옮길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체스트와 같은 상자형 가구가 의복이나 직물, 각종 귀중품을 보관하는 데 사용됐다.

이러한 가구의 특징은 위쪽 뚜껑을 열고 물건을 넣는다는 점이다.

옷을 접어 차곡차곡 쌓아두는 방식이라면 굳이 오늘날처럼 키가 큰 옷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에서도 궤와 함 같은 상자형 수납도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의복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을 넣어 보관할 수 있었고, 용도와 크기에 따라 여러 형태의 수납가구가 사용됐다.

이런 상자형 가구를 보면 수납의 초기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옷을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한곳에 모아 보호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는 것이었다.

접어서 보관하면 높은 가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현대의 옷장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옷을 세로로 늘어뜨려 걸기 때문이다.

긴 코트나 원피스를 옷걸이에 걸려면 그만큼 높은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옷을 접어서 보관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접은 옷은 낮은 상자나 서랍에도 넣을 수 있다.

특히 좌식생활을 하는 집에서는 높은 가구보다 낮은 수납가구가 생활방식과 잘 어울릴 수 있다.

한국의 전통가구를 보면 의복을 보관하는 장과 농 같은 가구가 사용됐다.

‘농’은 상자와 비슷한 몸체를 층층이 쌓아 사용하는 형태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장’은 문을 열어 내부의 물건을 보관하는 가구로 발전했다.

오늘날의 붙박이 옷장과 완전히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옷과 생활용품을 정리해서 보관한다는 기능에서는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가구의 높이나 크기가 그 안에 무엇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접어서 넣는 옷이 중심이라면 서랍이나 상자형 공간이 유용하고, 걸어두는 옷이 많아지면 세로로 긴 공간이 필요해진다.

자주 입는 옷은 굳이 상자 안에 넣지 않아도 됐다

모든 옷을 수납가구 깊숙이 넣을 필요는 없다.

자주 사용하는 옷이라면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 편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벽의 돌출된 부분이나 못, 갈고리 등에 걸어두는 것이다.

막대나 걸 수 있는 구조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현관의 벽걸이에 외투를 걸거나 방문 뒤의 고리에 옷을 걸어두는 행동은 별도의 옷장이 없어도 옷을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옷을 아무렇게나 걸어두면 형태가 흐트러지거나 특정 부분에 무게가 집중될 수 있다.

옷의 어깨 부분을 넓게 받쳐주는 옷걸이가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적인 옷걸이가 보편화되면서 옷장 내부의 구조도 달라졌다.

옷걸이를 여러 개 나란히 걸 수 있는 가로봉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옷장과 옷걸이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오늘날 익숙한 수납방식을 만들어냈다.

서랍장은 옷을 종류별로 나누기 쉽게 만들었다

상자에는 한 가지 불편함이 있다.

옷을 위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아래쪽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맨 아래에 있는 옷 한 벌을 꺼내기 위해 위의 물건을 먼저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서랍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

앞선 책상 이야기에서 살펴봤듯 서랍은 작은 상자를 가구 안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 앞으로 당겨 사용하는 구조다.

여러 개의 서랍을 위아래로 쌓으면 각각의 수납공간을 따로 열 수 있다.

윗서랍의 물건을 꺼내지 않고도 아래쪽 서랍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이 구조는 의복 보관에도 잘 어울린다.

작은 의류와 접은 옷을 종류별로 나누어 넣을 수 있고, 필요한 서랍만 열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서랍장은 오늘날에도 옷장과 역할을 나눠 사용한다.

걸어두기 좋은 옷은 옷장으로 가고, 접어서 보관하기 편한 옷은 서랍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수납방식이 모든 옷에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옷의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걸어두는 공간이 중요해졌다

옷장은 단순히 옷이 많아져서 커진 것만은 아니다.

의복의 형태 역시 수납방법에 영향을 주었다.

옷의 형태를 가능한 한 유지하려면 접어서 쌓아두는 것보다 펼친 상태로 걸어두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특히 재킷이나 코트처럼 어깨와 몸통의 형태가 중요한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는 방식이 편리하다.

이렇게 걸어서 보관하는 의복이 많아지면 수납가구 내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옷걸이가 들어갈 깊이가 필요하고, 긴 옷이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도 확보해야 한다.

내부에는 옷걸이를 걸 수 있는 봉을 설치한다.

현대의 옷장이 세로로 길고 어느 정도 깊이를 갖는 이유가 단순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옷의 형태를 유지한 채 여러 벌을 나란히 보관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옷의 모양이 가구의 모양까지 바꾼 셈이다.

옷장은 옷을 보관하는 작은 방처럼 변했다

옷의 수가 늘어나면서 수납공간은 가구 하나의 범위를 넘어가기도 했다.

작은 옷장으로 부족하다면 벽면 전체를 수납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붙박이장은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예다.

별도의 가구를 방 안에 가져다 놓는 대신 건물의 벽면 일부를 수납공간으로 사용한다.

더 나아가 사람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옷을 고를 수 있는 드레스룸이나 워크인 클로짓도 만들어졌다.

상자 하나에 옷을 접어 넣던 방식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상자가 커져 장이 되고, 장 내부에 봉과 선반과 서랍이 들어가고, 결국에는 수납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은 방으로 확장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이 변화는 현대인의 의복이 많아진 생활과도 관련이 있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사용한다면 단순한 상자 하나만으로는 분류와 보관이 어려워진다.

수납가구 역시 물건의 증가에 맞춰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옷장 안을 보면 오래된 수납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현대적인 옷장을 열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옛날의 여러 수납방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위쪽에는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이 있다.

가운데에는 옷을 걸어두는 봉이 있다.

아래쪽에는 상자나 바구니를 넣을 수 있고 서랍이 설치되기도 한다.

즉 현대의 옷장은 하나의 보관방식으로 만들어진 가구가 아니다.

쌓아두기, 걸어두기, 서랍에 넣기, 상자에 보관하기 같은 여러 방법을 한 가구 안에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옷장 안에서도 물건마다 자리가 달라진다.

긴 옷은 봉에 걸고 작은 옷은 서랍에 넣으며 가끔 사용하는 물건은 높은 선반에 올려놓는다.

옷장은 단순히 커진 상자가 아니라 물건의 성격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수납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옷장이 없었던 것이 수납공간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옷장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옷을 아무 곳에나 쌓아두었던 것이 아니다.

옷의 양과 생활방식에 맞춰 상자와 궤, 함 같은 수납도구를 사용했고, 낮은 가구에 접어 넣거나 필요한 옷을 걸어두는 방법도 활용했다.

이후 옷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고 걸어서 보관하는 방식이 중요해지면서 높은 장과 옷걸이 봉을 갖춘 수납공간이 더욱 유용해졌다.

오늘날의 옷장은 이러한 여러 방식이 한곳에 모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상자처럼 물건을 감추고, 선반처럼 쌓아두고, 벽걸이처럼 옷을 걸고, 서랍처럼 종류별로 나누어 보관한다.

결국 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이 가진 물건의 변화도 함께 보인다.

보관할 물건이 적으면 단순한 상자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물건이 많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지면 수납가구도 복잡해진다.

그리고 옷장과 비슷한 변화는 집 안의 다른 물건에서도 나타났다. 책과 그릇, 생활용품을 바닥이나 상자에 넣어두는 대신 벽을 따라 여러 층으로 올려놓는 가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에는 물건을 왜 상자 안에만 넣지 않고 눈에 보이는 선반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보면 수납가구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FAQ

옷장이 없던 시대에는 옷을 상자에 보관했나요?

그렇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자나 궤, 함과 같은 수납도구는 의복과 직물 등을 보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었다. 옷을 접어서 넣는다면 높은 옷장이 없어도 보관이 가능했다.

한국의 전통가구에도 옷장과 비슷한 가구가 있었나요?

장과 농처럼 의복과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전통적인 수납가구가 있었다. 현대의 옷장과 구조와 사용법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물건을 정리하고 보호한다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했다.

옷장은 왜 대부분 높고 깊게 만들어질까요?

옷걸이에 옷을 걸어 보관하려면 옷이 아래로 늘어질 수 있는 높이가 필요하고, 옷걸이와 옷의 폭을 수용할 깊이도 필요하다. 특히 코트처럼 긴 옷을 접지 않고 보관하려면 세로로 긴 공간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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