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려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물건은 대개 수건이다. 몸에 남은 물기를 닦고 머리카락을 말리는 데 사용한 다음 걸어두면 된다.
너무 단순한 물건이라 수건에도 별도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은 잘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건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천과 꽤 다르다.
표면에는 수많은 실고리가 촘촘하게 올라와 있다. 이 실들이 물과 닿는 면적을 넓혀 물기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적당히 두껍지만 몸을 감쌀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젖은 뒤에는 다시 말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수건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목욕을 했다.
그렇다면 씻고 난 뒤에는 무엇으로 몸의 물기를 닦았을까?
답을 찾으려면 수건이라는 이름보다 먼저 **‘천’**을 살펴봐야 한다.
전용 수건이 없어도 천은 사용할 수 있었다
몸의 물기를 제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그냥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기온이 높고 건조한 환경이라면 물기가 자연스럽게 증발하도록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옷을 바로 입어야 하거나 날씨가 춥다면 물기를 빨리 제거하는 편이 편리하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천이다.
사람들이 직물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뒤에는 천이 옷에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물건을 감싸거나 닦고, 생활공간을 정리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몸을 씻은 뒤 물기를 닦는 데에도 천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천이 모두 오늘날 호텔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두툼한 수건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평평하게 짠 천으로도 물기를 닦을 수 있지만 현대적인 수건처럼 표면에 많은 실고리가 있는 직물과는 흡수되는 느낌과 사용감에 차이가 있다.
결국 초기의 ‘수건 역할을 하는 천’과 현대적인 ‘수건용 직물’ 사이에는 직조기술의 변화가 숨어 있다.
물을 잘 닦으려면 왜 천의 표면이 중요할까?
욕실에 있는 수건을 가까이에서 보면 표면이 매끈하지 않다.
작은 실고리가 셀 수 없이 많이 솟아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직물이 **테리직물(terry cloth)**이다.
테리직물은 바탕이 되는 직물 위로 실고리가 형성되도록 짠다. 이 실고리 때문에 천의 표면적이 커지고 물과 접촉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진다.
수건으로 젖은 피부를 눌렀을 때 물기가 천으로 이동하기 쉬운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사용되는 섬유의 성질도 중요하다.
현대의 수건에는 면이 널리 사용된다. 면섬유는 물을 흡수할 수 있고 피부에 사용하는 직물로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물을 많이 흡수하는 것만 중요하지는 않다.
몸에 사용할 만큼 부드러워야 하고 반복해서 세탁해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용한 뒤 다시 건조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수건이라는 것은 단순히 두꺼운 천을 의미하지 않는다.
섬유의 종류와 실의 굵기, 직조 방식, 실고리의 구조와 밀도 등 여러 요소가 사용감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수건을 고를 때 느끼는 ‘도톰하다’, ‘부드럽다’, ‘물을 잘 닦는다’ 같은 차이에는 직물을 만드는 방법이 숨어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건은 직조기술과 함께 발전했다
수건의 역사에서는 오스만 제국의 목욕문화와 직물도 자주 언급된다.
오스만 지역의 목욕문화에서는 몸을 감싸거나 물기를 닦는 데 사용하는 직물이 발달했다. 그중에는 오늘날 터키식 목욕과 관련해 알려진 얇은 직물 형태의 수건도 있다.
이후 표면에 고리 모양의 실을 만든 테리직물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두툼하고 흡수성이 높은 수건 형태가 널리 자리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건이 어느 날 갑자기 발명품 하나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몸을 닦는 천은 이미 존재했다.
달라진 것은 그 목적에 더 적합하도록 직물의 구조를 바꾼 것이었다.
평평한 천도 물기를 닦을 수 있지만 표면에 많은 실고리를 만들면 물과 닿는 면적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직물을 일정한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수건은 일부 장소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직물이 아니라 가정에서 여러 장을 두고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될 수 있었다.
수건의 변화는 결국 직조기술과 섬유산업의 발전을 함께 보여준다.
수건은 왜 집에 한 장만 있지 않을까?
수건은 한 번 구입하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집에는 수건이 한 장만 있지 않다.
여러 장을 번갈아 사용한다.
이유는 수건의 사용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수건은 사용할 때마다 물을 흡수한다. 젖은 수건을 다시 사용하려면 먼저 충분히 말려야 하고 일정한 주기로 세탁해야 한다.
한 사람이 씻을 때마다 같은 수건만 계속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여분의 수건이 필요하다.
현대적인 세탁환경도 수건의 일상화와 관련이 있다.
수건을 여러 장 사용하면 그만큼 세탁해야 할 직물의 양도 늘어난다. 세탁기와 건조시설이 있는 환경에서는 여러 장의 수건을 세탁하고 다시 사용하는 일이 과거보다 편리하다.
또한 수건의 용도도 세분화됐다.
몸 전체를 닦는 큰 수건, 얼굴이나 손을 닦는 작은 수건, 주방에서 사용하는 수건 등 크기와 사용 장소가 달라졌다.
숙박시설이나 목욕시설에서는 이용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크기의 수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물기를 닦는 천이었다면 현대에는 사용 장소와 목적에 맞춰 크기와 두께까지 나뉘는 생활도구가 된 것이다.
수건을 ‘문지르는 것’보다 ‘눌러 닦는 것’이 가능한 이유
현대의 수건은 물을 닦을 때 꼭 강하게 문지를 필요가 없다.
젖은 부분에 수건을 대고 가볍게 눌러도 물이 천으로 이동한다.
이것 역시 흡수성 있는 섬유와 수건의 넓은 표면적 덕분이다.
특히 머리카락처럼 물을 많이 머금은 곳에서는 수건으로 감싼 뒤 눌러 물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수건은 매우 수동적인 도구처럼 보이면서도 목적에 맞게 잘 설계된 물건이다.
전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부품도 없다.
복잡한 기계장치도 없다.
그럼에도 섬유와 직조 구조만으로 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생활도구의 발전이 반드시 기계화나 전기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좋은 사례다.
때로는 재료와 표면의 구조를 조금 다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훨씬 사용하기 좋은 도구가 만들어진다.
수건이 흔해지려면 직물도 흔해져야 했다
오늘날에는 수건이 낡으면 새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천 자체를 만드는 데 많은 노동이 필요했던 시대에는 상황이 달랐다.
섬유에서 실을 만들고 그 실을 다시 직물로 짜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이 필요했다.
옷을 만드는 천도 귀한 환경에서 물기를 닦는 용도로만 여러 장의 직물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을 크게 바꾼 것은 직물 생산의 기계화와 대량생산이었다.
방적과 직조 과정이 기계화되면서 직물을 이전보다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면직물을 비롯한 여러 직물제품이 일상생활에 더 널리 들어왔다.
수건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생활용 섬유제품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세탁환경의 변화가 더해졌다.
물을 집 안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세탁기가 반복적인 세탁을 담당하면서 여러 장의 수건을 사용하고 세탁하는 생활도 자연스러워졌다.
따라서 현대적인 수건의 보급에는 수건 자체의 직조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유 생산과 유통, 수도, 세탁이라는 다른 생활기술의 변화도 함께 들어 있다.
욕실의 작은 천 한 장에도 생활기술이 숨어 있다
수건이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몸을 말릴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말릴 수도 있었고 가지고 있던 천을 이용해 물기를 닦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목욕과 세면이 일상적인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물기를 닦는 데 적합한 전용 직물의 필요성도 커졌다.
평평한 천에서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는 구조의 직물로 발전하고, 직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수건은 흔한 생활용품이 됐다.
지금은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집어 드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천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섬유를 실로 만드는 기술, 실을 원하는 구조로 짜는 기술,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수도와 욕실, 세탁기까지 연결되어야 지금처럼 여러 장의 수건을 부담 없이 사용하고 다시 세탁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
욕실 안의 물건들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변기에는 수도와 하수도가 필요했고, 샤워기에는 급수와 온수시설이 필요했다. 수건은 직물산업과 세탁환경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다.
이제 욕실에서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 또 하나의 익숙한 물건을 살펴볼 차례다.
아침에 세면대 앞에 서면 수건보다 먼저 손에 드는 사람이 많은 물건, 바로 칫솔이다.
오늘날에는 작은 솔로 이를 닦는 것이 당연하지만 칫솔이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입과 이를 닦기 위한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다음 글에서는 **‘칫솔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이를 무엇으로 닦았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나뭇가지와 천 같은 재료에서 손잡이와 솔을 결합한 현대적인 칫솔로 이어진 변화를 살펴본다.
FAQ
수건이 없던 시대에는 몸을 무엇으로 닦았나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별도의 현대식 수건이 없어도 가지고 있던 천을 이용해 물기를 닦을 수 있었다. 기후와 상황에 따라 몸의 물기가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두는 방법도 가능했다. 따라서 과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의 동일한 물건으로 몸을 닦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건 표면에는 왜 작은 실고리가 많이 있나요?
일반적인 테리 수건은 표면에 많은 실고리가 형성된 직물을 사용한다. 이러한 구조는 천의 표면적을 넓혀 물과 접촉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고 물기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건에는 왜 면이 많이 사용되나요?
면은 물을 흡수할 수 있고 비교적 부드러운 직물로 만들 수 있어 수건에 널리 사용된다. 다만 모든 수건이 면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현대에는 용도에 따라 다른 섬유나 혼합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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