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와 하수도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욕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현대의 욕실을 둘러보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물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한쪽에는 수세식 변기가 있고 그 옆에는 세면대가 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오고 샤워기에서는 따뜻한 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벽에는 거울이 있으며 주변에는 비누와 칫솔, 치약, 수건 같은 생활용품이 놓여 있다.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운 배치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하나씩 살펴본 것처럼 이 물건들은 처음부터 한 방에 모여 있던 것이 아니다.

용변을 보는 장소와 몸을 씻는 장소가 떨어져 있던 시대가 있었고, 물은 우물이나 샘에서 직접 가져와야 했다. 따뜻한 물이 필요하면 불을 피워 데워야 했으며 사용한 물 역시 사람이 처리해야 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던 생활은 어떻게 지금의 욕실 하나로 모이게 되었을까?

결정적인 변화는 욕실에 새로운 물건을 하나 더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었다.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사용한 물이 다시 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옛날에는 왜 화장실과 목욕 공간이 따로 있었을까?

현대의 아파트에서는 변기 바로 옆에 샤워기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의 생활환경에서는 용변을 보는 장소와 몸을 씻는 장소가 반드시 하나일 이유가 없었다.

전통적인 변소는 오물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두는 구조를 사용할 수 있었고 생활공간과 떨어져 설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몸을 씻는 데에는 깨끗한 물이 필요했다.

집에 수도가 없다면 물을 직접 가져와야 한다.

간단한 세면이라면 대야에 물을 조금 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몸 전체를 씻으려면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따뜻한 물을 원한다면 물을 데우는 과정까지 추가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늘날처럼 ‘욕실’이라는 방 하나에 모든 기능을 모으는 것이 꼭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능별로 장소가 나뉘는 편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용변은 변소에서 보고, 세수는 대야에 물을 받아 하고, 목욕은 물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나 공동 목욕시설을 이용하는 식이다.

즉 과거의 집에 현대식 욕실이 없었던 것을 단순히 건축양식의 차이로만 볼 수는 없다.

물을 공급하고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수도관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물을 나르는 일이 줄었다

욕실의 변화를 만든 첫 번째 중요한 기반시설은 상수도다.

수도시설이 없던 환경에서는 물이 필요한 사람이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고 물통에 담아 집으로 옮긴 뒤 필요한 곳에 나누어 사용했다.

수도관이 집 안까지 연결되면서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다.

사람이 물을 찾아가는 대신 물이 사람의 생활공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세면과 목욕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세면대에 수도꼭지를 설치하면 필요할 때마다 물을 받을 수 있다. 샤워시설까지 배관을 연결하면 물통에 물을 채워 반복해서 몸에 끼얹을 필요도 줄어든다.

수세식 변기 역시 안정적인 급수시설과 연결될 수 있다.

물을 직접 운반하는 노동이 줄어들자 물을 사용하는 여러 생활도구를 특정 공간에 고정해서 설치하기 쉬워졌다.

세면대와 변기, 샤워기는 모두 물과 연결되어야 하는 도구다.

따라서 급수배관을 설치할 때 이들을 가까운 공간에 배치하는 것은 건축과 배관 측면에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현대적인 욕실은 이런 방식으로 여러 물 사용 시설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

물이 들어오는 것만큼 빠져나가는 것도 중요했다

욕실에 수도꼭지만 설치한다고 현대적인 욕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물이 계속 들어온다면 사용한 물도 계속 생긴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면 물이 남고, 샤워를 하면 더 많은 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면 오수도 발생한다.

이 물을 사람이 매번 양동이로 퍼내야 한다면 수도의 편리함은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급수시설만큼 중요한 것이 배수시설이다.

세면대 아래에는 배수관이 있고 샤워 공간의 바닥에는 배수구가 있다. 변기 역시 별도의 배수 통로를 통해 건물의 배수관과 연결된다.

집 안에서 나온 오수는 더 큰 하수관으로 이동한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욕실은 많은 물을 사용해도 그 물을 계속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결국 현대적인 욕실에는 서로 반대 방향의 두 가지 물길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깨끗한 물을 가져오는 급수관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한 물을 내보내는 배수관이다.

우리는 벽과 바닥만 바라보지만 실제 욕실의 중요한 부분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셈이다.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오면서 목욕 준비가 달라졌다

찬물이 집 안까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지만 목욕에서는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따뜻한 물이다.

과거에는 따뜻한 물이 필요하면 불을 이용해 직접 데워야 했다.

물을 가져와 솥이나 용기에 넣고 데운 뒤 다시 씻을 장소로 옮겨야 했다. 한두 대야 정도가 아니라 목욕에 필요한 많은 양의 물을 준비한다면 시간과 연료도 더 필요했다.

온수설비가 발전하면서 이 과정도 달라졌다.

물을 한곳에서 데운 뒤 배관을 통해 욕실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여러 주택에서는 보일러나 온수설비가 물을 데우고 사용자는 욕실에서 수도장치를 조절해 필요한 온도의 물을 사용한다.

이 변화는 목욕 준비를 크게 단순하게 만들었다.

물을 데우기 위해 별도의 불을 준비하고 큰 용기를 옮기는 대신 샤워기를 켜고 온도를 맞추면 된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샤워기의 편리함도 사실 이런 온수설비와 연결되어 있다.

샤워기 자체는 물을 뿌려주는 도구지만 그 뒤에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와 데워주는 장치가 함께 작동한다.

그래서 현대 욕실은 단순히 ‘물이 있는 방’이 아니라 원하는 온도의 물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욕실은 왜 다른 방과 다르게 만들어질까?

현대 주택에서 욕실 바닥과 거실 바닥을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욕실은 물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샤워를 하면 벽과 바닥에 물이 튈 수 있고 바닥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떨어진다.

따라서 욕실에는 물이 건물 내부의 다른 부분으로 스며드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수 시공이 중요하다.

바닥의 물이 배수구 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경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벽과 바닥에는 물에 노출되는 환경을 고려한 마감재가 사용된다.

환기 역시 중요한 요소다.

샤워나 목욕을 하면 욕실 안의 습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이나 환기설비 등을 이용해 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가 사용된다.

이렇게 보면 욕실은 일반적인 방에 변기와 샤워기를 가져다 놓은 공간이 아니다.

처음부터 많은 물을 사용하고 내보낼 것을 전제로 설계된 방이다.

수도와 하수도뿐 아니라 방수와 배수, 환기 같은 건축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집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생활도구가 한 공간에 모이기 시작했다

욕실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지자 주변의 생활도구도 한곳에 모였다.

세면대에서는 얼굴과 손을 씻는다.

그래서 비누를 가까이 둔다.

이를 닦기에도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칫솔과 치약 역시 세면대 주변에 놓인다.

세수나 양치를 하면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벽에는 거울이 설치된다.

샤워 공간에서는 몸을 씻고, 씻은 뒤에는 물기를 닦기 위해 수건을 사용한다.

한편 변기는 같은 급수와 배수시설을 이용하면서 욕실이나 인접한 화장실 공간에 설치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진 물건들이 배관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한 장소에 모이게 됐다.

이번 시리즈에서 살펴본 물건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더욱 분명하다.

수세식 변기는 물을 이용해 오물을 배수관으로 이동시켰다.

하수도는 사용한 물을 도시 밖의 처리시설까지 이어주는 길이 됐다.

비누는 물과 함께 사용하는 대표적인 세정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샤워기는 수도관의 물을 몸에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뿌려주었다.

수건은 씻은 뒤 남은 물기를 흡수하는 전용 직물로 발전했다.

칫솔과 치약은 세면대 주변의 일상용품이 되었고, 거울은 세면과 몸단장을 돕는 도구가 됐다.

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한 생활도구가 현대 욕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만난 것이다.

욕실의 발전은 ‘보이지 않는 기술’의 발전이었다

현대 욕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변기나 세면대, 욕조, 샤워기다.

하지만 욕실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술 상당수는 보이지 않는다.

벽을 뜯어보면 급수관이 있다.

바닥 아래에는 배수관이 지나간다.

온수배관도 연결되어 있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더 큰 상하수도 시설과 이어진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돌렸을 때 물이 나오는 것은 그 뒤에 급수망이 있기 때문이다.

변기의 물을 내린 뒤 오수가 사라지는 것도 건물 아래의 배수관과 도시 하수도가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오는 것도 다른 곳에서 물을 데우고 공급하는 시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욕실의 편리함은 눈에 보이는 생활도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벽과 땅속에 감춰진 기반시설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은 다른 생활도구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전등은 스위치만 누르면 켜지지만 발전과 송전망이 필요하다. 냉장고는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있어야 한다.

욕실도 마찬가지다.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사용자는 그 뒤의 복잡한 시스템을 직접 다룰 필요가 줄어든다.

욕실의 역사를 보면 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보인다

이번 시리즈의 첫 글에서는 집 안에 화장실이 없던 시대를 살펴봤다.

변소가 생활공간과 떨어져 있기도 했고 밤에는 요강 같은 도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세식 변기를 따라가면서 물로 오물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봤다.

그 물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자 도시 지하의 하수도가 나타났다.

화장지와 비누, 샤워기, 수건을 살펴보면서는 씻고 닦는 생활이 어떻게 전문적인 생활용품과 연결됐는지 확인했다.

칫솔과 치약에서는 재료와 제조업의 변화를 볼 수 있었고 거울에서는 금속가공과 유리 생산기술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 모든 물건을 다시 바라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생활도구의 역사는 물건 하나만의 역사가 아니다.

새로운 물건이 등장하려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수세식 변기에는 수도와 배수가 필요했고, 샤워기에는 급수와 온수설비가 필요했다. 욕실 자체에는 방수와 배수, 환기를 고려한 건축기술이 필요했다.

이 조건들이 갖춰지면서 용변과 세면, 목욕, 몸단장처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던 생활이 하나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날 욕실에서 수도꼭지를 열고,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 행동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평범한 몇 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류는 물을 가져오는 방법과 내보내는 방법, 데우는 방법, 저장하는 방법을 오랜 시간 바꾸어왔다.

그래서 욕실은 집 안에서 가장 작은 공간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여러 생활기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FAQ

옛날 집에는 왜 지금과 같은 욕실이 없었나요?

주거형태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대식 욕실을 만들려면 안정적인 급수와 배수, 많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적절한 건축설비가 필요하다. 수도와 하수도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물을 직접 가져와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용변과 세면, 목욕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대적인 욕실에는 어떤 기반시설이 필요한가요?

기본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급수시설과 사용한 물을 내보내는 배수시설이 필요하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려면 온수설비도 필요하다. 또한 욕실은 많은 물과 습기에 노출되므로 방수, 배수, 환기 등을 고려한 건축설비도 중요하다.

변기와 세면대, 샤워시설이 한곳에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두 물을 공급받거나 사용한 물을 배출해야 하는 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급수관과 배수관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관련 설비를 배치하면 물을 사용하는 여러 생활기능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주거문화와 건축방식에 따라 변기 공간과 목욕 공간을 분리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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